대체 왜 이러고 계세요? -004- LAMB


대체 왜 이러고 계세요?
004
LAMB

<대체 왜 이러고 계세요?> 시리즈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공간들에 대한 인터뷰 모음입니다. 자신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운영해나가는 주체를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과 함께 수록합니다. 단순히 인터뷰이-인터뷰어의 관계 뿐 아니라 각자 다른 샵의 운영자로서 나눌 수 있는 회의, 가능성, 철학 역시 이야기합니다. 유어마인드 블로그를 통해 비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시리즈 네 번째 인터뷰는 편집매장 LAMB입니다.


인터뷰이 허유(LAMB 운영자 / 디자이너)
인터뷰어 & 포토그래퍼 이로(유어마인드)

 

이로 : 소격동에서 7년, 이곳(계동)에서 3년, 총 10년을 운영했는데, 혹시 LAMB을 운영한 10년간 작든 크든 고비도 있었나요.
허유 :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위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손님이 적고, 그럼으로 인해서 생기는 기본적인 고비는 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샵이 꼭 “유동인구”에 의해서 매출이 정해지는 건 아니죠. 삼청동에 있을 때 처음 4-5년간 참 거리가 조용했고, 이후 3-4년은 북적댔어요. 그 시절을 비교해보니 유동인구가 많다고 해서 저희 성격의 매장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죠. 대부분 손님이 일부러 찾아오기 때문에 온 김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로 : 샵의 분위기가 정제되어 있어서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손님도 있을 것 같아요.
허유 : 네, 그런데 그것이 연령층에 따라서 나뉘지는 않고요. 오히려 계동이라는 지역에 좀 영향을 받는데, 젊은 층에도 여러 성향이 있는 거니까요. 지나가다 들어오는 분들 중에는 “옷 파는 곳이에요?”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저 옷들이 판매용인지 전시용인지 헷갈리거나 혹은 누군가의 쇼룸 내지는 작업실이라고 미리 짐작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건 저희 탓이죠. 방문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거죠. 혹은 명확하지 않거나.

 

이로 : 그건 여기 있는 운영자의 캐릭터/성격이 친절하지 않아서-일까요?
허유 : 음, 제가 불친절하기로 작정을 했다거나 뭐 그런 것은 아니구요, 제 성격이 불친절하진 않은 것 같고, “명확하지 않다”는 게 조금 더 가까운 설명이네요. 저 자신도 명확하지 않고. 문제에요, 이건. 분명 자랑거리도 아니고. 일부러 잡은 컬러도 아니고. 불명확한 것이 멋지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에요.

 

 

이로 : 이곳으로 이전한 이유가 있다면요.
허유 : 2002년에 소격동에 LAMB을 오픈했던 이유는 당시 그곳이 조용했기 때문이었어요. 가정집들이 많았고. 가게라 봐야 어제 일자 신문이 아직도 놓여 있는 백반집 하나. 그런 고즈넉한 골목이 좋았어요. 4-5년이 지나니 주변에 무언가 많아졌죠. 사람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불편했어요. 당시 매장은 전면 유리였기 때문에, 밖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바라보는 시선이 늘 있었고. 그 시선의 성격도 모두 다르고. 처음에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서 임대료도 무척 저렴했다가 점점 상권이 커지면서 유지가 위태로워지기도 했어요. 건물주와 사이가 좋았는데도 그런 위기감이 쉬지 않고 들었죠. 그래서 다른 공간으로 이전해야 했지만, 멀리 움직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왔죠. 그런데, 이곳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이로 : 삼청동의 영역이 커질 테니까요.
허유 : 네, 삼청동이 포화상태다보니 계동, 북촌 쪽으로 인구가 조금씩 유입되고, 카페나 가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심지어 제가 느끼기에 소격동/삼청동 골목이 변화되던 속도보다 빨라요.

 

이로 : 이전하기 위해 이 공간을 처음 보셨을 때는 어땠나요.
허유 : 예전 삼청동 매장은 처음에 철학관, 점집이었고요. 이곳은 처음에 봤을 때, 창고였어요. 도장도 안 되어 있는 시멘트벽에 온통 박스들. 그게 너무 좋았어요. 더 깨끗한 곳도 많았는데, 전 여기가 좋더라고요.

 

이로 : 접근성이든 높이든 운영자 입장에서는 사실 금전적인 이유로 인해서 결정하는 면이 많죠. 그런데 그것을 외부에선 볼 때는 조금 더 문화적인 혹은 성향의 문제로 끌고 가기도 하고요.
허유 : 그렇죠. 저는 메인스트림이 불편해요. 레스토랑에 가도 지금 사람들이 열광하는 곳에서는 음식이 잘 안 넘어가요. 맛도 중요하지만 기왕이면 조용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해요. 그러다 보니 이런 동네에 온 것이겠고. 하지만 무엇보다, 금전적인 이유죠. 돈이 많다면야 가장 북적이는 지역에서도 가장 고즈넉한 샵을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저희 여건은 그렇지 않고.

 

 

이로 : 바로 옆이 아니라 옆옆 공간에 아뜰리에도 오픈했는데요.
허유 : 네, 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건물이에요.

 

이로 : 정말 특이한 방식의 확장이라고 생각했어요.
허유 : 우연하게 그렇게 되었어요. 실은 바로 옆을 얻고 싶었어요. 그곳과 이곳의 벽을 허물어서 규모 있게 갈 수 있겠다 싶었고. 그러다 결국 옆-옆을 얻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재밌게 되었어요. 점점 입점한 브랜드 수는 늘고 있었고, 사람들은 조금 좁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때 마침 옆 건물에 공간이 나와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뭐 어떠랴 싶어서 임대를 했고, 기왕 떨어진 김에 샵의 연장선이 아닌 다른 프로젝트로 가면 어떨까 싶어서 아뜰리에로 오픈했어요.

 

이로 : 그렇다면 처음 확장을 하고 싶어했던 이유는 결국 해소를 못하는 방식으로 확장된 거네요.
허유 : 맞아요. 그 부분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부분이 생겼죠. 일반적인 방식으로 확장했다면 “샵이 커졌네”로 끝나겠지만, 하나 건너 생기다보니 그런 것과는 다른 스토리가 생겼어요. 이건 이대로 재밌다고 생각해요. 

 

이로 : 10년간 운영하면서 생긴 고집이나 철학이라면.
허유 : 뭔가를 주장하려면, 삶에 여러 가지 방식과 철학이 있다고 했을 때, LAMB만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고, 일관된 논리도 가져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보면 거기에 호응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팔로어도 생기겠죠. 그런데 저는 그 모든 것에 조심하려고 해요. 물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힘이 되고, 폭압적인 메인스트림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도 좋은데, 아직은 어떤 공동체에 속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로 : 먼저 이야기한 “불명확하다”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허유 : 제가 하나의 노선을 탄다면 편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일에 갈등을 느껴요. ‘매니아 취향’이라거나 ‘장인의 솜씨’ 같은 표현들에 거부감이 있고, ‘마냥 가볍고, 손쉽고, 고민 없고, 즐겁기만한 무엇’에도 마찬가지의 거부감 혹은 이질감을 느껴요. 그저 열심히 하나 하나 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고. 누군가 “저런 게 장인이지”라고 평해주신다면 지나치게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평도 훌륭해요. 보기에 따라서 사실일 수도,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다른 여러 감정들 속에 하나의 단단한 노선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어떻게 보면 그게 문제에요. 그렇지만 저는 계속 그렇게 갈 거예요. 판단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요. 물론 LAMB이 명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운영자인 제가 명확해져야 가능한 것이지, 갑자기 명확한 척을 하거나 억지로 하려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누군가 LAMB을 보면서 “저런 방식으로도 살 수 있구나”라는 자각 내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일부러든 아니든 일반적인 삶, 명확해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 혹은 부류도 나름의 것을 추구하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주신다면 그걸로 좋아요.

 


SHOP INFO

LAMB

오프라인 매장
서울시 종로구 계동 140-81번지
11:00~21:00 오픈(일요일은 예약에 한하여 문을 엽니다)

web page http://www.lambonline.kr